내게 웹사이트는 집이다.
미리 밝히건대, 나는 역마살을 타고났다. 고로 내게 집은 고정된 특정 주소가 아니라 정신적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. 올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며 거의 독립된 정신으로 집을 구했다. 이 공간은 이제껏 살아온 어느 집보다도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.
이 집은 모듈 가구로 구성되어 있다. 상황과 환경에 맞게, 또 내 생활에 맞게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는 양상이 웹사이트를 닮았다고 생각했다.
웹사이트처럼, 이 집을 구성하는 것은 내 손길이 닿았었거나, 닿고 있거나, 닿을 것들이다. 그중에는 내가 아주 아끼는 저장고(책장)와 내가 또 사랑스러워 마다치 않는 일터(책상)가 있다. 일터에서 일한 결과물은 집 밖으로 나가지만, 나는 언제나 그 일의 정신을 담은 육신(책)을 손수 만들어 저장고에 저장한다. 이 저장고는 보관도 하지만 전시도 한다. 시간이 지나면 일터와 저장고는 변화를 맞는다. 생명체처럼 각질(헌책)을 떨쳐내고 새살(새 책)을 만들어 낸다.